높은 실적 성장세를 나타내며 시장으로부터 상장 기대감을 받던 일부 기업들이 상장 계획을 미루고 있다. 업황 악화에 최근 실적이 크게 하락하면서 기업가치보다 낮은 공모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연초 실적 부진 탓에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 LG실트론과 SK루브리컨츠 등 대어급 예비 기업공개(IPO)주들에 이어 중소형 기업들도 잇따라 상장 계획을 미룰 처지에 놓였다.
동부그룹의 우량 자회사인 동부특수강은 2011년 우수한 실적을 바탕으로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상장기대감을 모았으나 상장시기는 당초 예정이던 내년 말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수강 업황이 부진한 탓에 지난해 순익이 전년 71억원보다 크게 떨어진 22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동일 업종인 포스코특수강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황부진으로 상장 계획을 접은 것도 동부특수강의 상장 계획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생명공학업체인 펩트론은 올해도 코스닥 상장이 어려울 전망이다. 2006년부터 특례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아온 펩트론은 우수한 기술성은 인정받았지만 낮은 실적이 발목을 잡으면서 두 차례 심사 통과에 실패한 바 있다. 올해 세번째로 연내 상장에 도전할 예정이었지만 가장 최근인 지난해 영업손실 13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폭이 커지고 있어 가능성은 희박하다. 수처리 전문업체인 코캄 역시 내년 상장 기대감을 모았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회사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하락해 상장 계획을 2015년께로 미룬 상태다. 예심 중이던 미르기술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지난달 심사 청구를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최근 상장 계획을 늦춘 한 기업 관계자는 "공시 의무 강화와 투자자들의 정보 공유 등으로 실적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기업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부터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힌다"며 "개선된 실적이 어느 정도 누적된 시기에 상장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래소의 보수적인 공모가 심사 방식도 기업들이 실적에 따라 길게는 2년 이상 상장 계획을 보류하는 데에 한 몫 한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실적 성장세가 뚜렷한 기업이라도 한번 삐끗하면 공모가밴드 자체가 낮아지기 쉽상"이라며 "실적 변동성 문제가 제기되는 순간 공모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크게 낮아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공모가를 낮추면서까지 무리하게 상장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