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불어닥친 공모주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다. 올 들어 주식 시장에 입성한 공모주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600 대 1에 달했다.
상장을 앞둔 어지간한 기업의 IR(투자설명회) 현장은 투자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줄줄이 대기 중인 IPO 대어들은 공모주 시장의 판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10월에는 삼성SDS가 상장 예정이며 제일모직의 연내 상장 가능성도 아직 열려 있다.
삼성에버랜드, 교보생명, LIG넥스원 같은 잠재 후보들도 내년 상장을 저울질 중이다. 지금까지 올 들어 상장한 공모주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투자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솔솔 나온다.
8월 5일 기준 올해 들어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곳은 모두 14곳이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나 부동산투자회사(리츠) 등 페이퍼컴퍼니는 제외한 수치다.
이들 기업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600 대 1에 달했다. 투자자들에게 배정된 주식 수보다 600배나 많은 청약 물량이 몰렸단 의미다.
청약 경쟁률이 1000 대 1을 넘은 곳도 있다. 광통신 부품을 만드는 오이솔루션과 자동차부품 업체 트루윈의 청약 경쟁률은 각각 1253 대 1, 1018 대 1에 달했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이슈와 카카오 우회상장 등으로 일반 장외주식에 대한 투자자들 이목이 쏠리면서 공모주 시장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이 가장 좋은 곳은 올 2월 6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인터파크INT(종목홈)다.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142%. 인터파크INT는 온라인쇼핑, 도서, 엔터, 투어 등 4개 사업부로 구성된 전자상거래 전문기업이다.
투자 포인트는 엔터와 투어 부문의 고성장세다.
매출 비중을 보면 도서 부문이 60% 정도로 가장 크고 엔터와 투어 부문은 20%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익률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서 부문은 인터넷서점의 낮은 성장성과 치열한 경쟁률 탓에 이익률이 1%도 채 안 된다. 반면 엔터와 투어사업부 영업이익률은 20% 안팎에 달한다.
1만8000원대인 현 주가는 공모가보다 많이 오른 상태지만 증권가 목표가는 적게는 2만3000원부터 3만원까지 제시된다.
지금 매수해도 늦지 않았단 의미다.
원상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터사업부는 국내 공연 티켓 판매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주요 공연장의 티켓 운영권 확보로 독점적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로 여행 트렌드가 자유여행으로 바뀌고 있는 점을 보면 투어사업부도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인터파크INT 엔터·투어 사업 강점한국정보인증 새 먹거리 발굴 과제BGF리테일(종목홈) 인구구조 변화 수혜 톡톡수익률 2위는 한국정보인증으로 120%다.
1999년 설립된 국내 최초 공인인증 사업자로 법인 범용 공인인증서 1위 업체다. 공인인증사업부 매출 비중이 75% 정도로 가장 높다.
무엇보다 국내 공인인증 시장이 매년 15% 안팎 성장 중인 게 강점이다.
최근 보안 이슈가 불거지면서 공인인증 대체 수단 개발 목소리가 높지만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전자서명법과 전자금융거래법을 만족하는 다른 수단은 없는 상태다.
오히려 OTP(One Time Password) 같은 새로운 기술과 접목되면서 공인인증서의 단점을 보완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동시에 공인인증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법인 공인인증 시장이 연평균 10%씩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이상 고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NFC나 유심을 활용한 공인인증서 등을 내세워 다양한 인증 상품을 새로 내놓고 있지만 관련 매출은 아직 미미하다.
새로운 성장 기반 구축을 통한 중장기 성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얘기다.
통신장비 업체 오이솔루션도 86%의 수익률을 냈다.
현 주가는 1만9000원 안팎이지만 증권가에선 앞으로 20~30%는 더 오를 것으로 본다.
오이솔루션은 전기신호를 광신호로 바꿔주는 ‘광트랜시버’를 주로 생산한다.
이 부문 국내 시장점유율은 약 29%로 1위다. 영업이익률도 2012년 9.7%에서 2013년 14%, 올해는 17.1%로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해외 부문에서의 성장성이 핵심이다. 이정기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오이솔루션은 현재 시장 규모가 5조3000억원대인 트랜시버 시장에서 세계 점유율 1.2%를 차지하는 작은 기업이지만 상위 10개 통신장비 업체 중 8개 기업과 거래 경험이 있는 데다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세계적인 주요 기업으로의 빠른 도약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 외에 덕신하우징, 창해에탄올, BGF리테일 등도 46~75%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덕신하우징은 건축용 자재 일체형 ‘데크플레이트’ 제조업체로 지난해 기준 이 부문 시장점유율 국내 1위다.
데크플레이트는 난간을 뜻하는 데크(Deck)와 평평한 받침을 의미하는 플레이트(Plate)의 합성어로, 합판 거푸집을 대체한 금속용 강건재다. 건설 현장에서 기존 합판 거푸집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는 중이다.
창해에탄올은 발효와 정제 주정 전문업체로 국내 점유율 2위 기업이다. 우리나라 소주 시장은 주정에 물과 첨가물을 혼합하는 희석식 소주가 대부분으로 소주 시장의 성장은 곧 주정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주정 사업은 안정적인 반면 성장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중장기 성장동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CU’라는 편의점 브랜드로 잘 알려진 BGF리테일은 편의점 시장에서 점포 수 기준으로는 1위, 매출액 기준으로는 2위 업체다.
편의점 시장은 1~2인 가구 증가로 소량 구매 패턴이 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관건은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얼마나 이뤄내느냐다.
편의점 후발 주자인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최근 편의점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점도 잠재 리스크다.
8월 6일 상장한 밥솥 업계 1위 쿠쿠전자도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공모주 흥행 대열에 합류했다.
쿠쿠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4배 정도로 동종 업계 대비 저평가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근 들어서는 과열된 공모주 투자를 되짚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두 가지 종목의 주가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공모주를 둘러싼 분위기가 급변했던 경우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2010년 삼성생명 상장이 딱 그랬다. 당시 11만원에 상장한 삼성생명은 증권가에서 “20만원은 간다”며 모두 매수를 외칠 정도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상장 직후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졌고, 이후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며 IPO 시장은 상당 기간 냉각기를 가졌다.
7월 이후 상장한 공모주 중 일부는 조금씩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진엑스텍과 화인베스틸은 공모가 대비 10~20% 안팎 밑돌고 있다. 증권가에선 과열됐던 공모주 주가가 조금씩 제자리를 찾는 중이라고 분석한다.
높은 청약 경쟁률 탓에 주식을 찔끔 배정받은 투자자라면 거꾸로 이 시기를 매수 타이밍으로 노려도 좋을 듯싶다.
“공모주 특성상 상장 초기에는 주가 변동과 수급 불안정성 때문에 주가는 중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4년 통계를 보면 신규 상장 이후 3개월간 하락세를 보이다가도 이후에는 평균적으로 반등세를 나타냈다.
지금 공모 가격을 밑도는 종목이라면 매수 타이밍으로 삼을 만하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종 관련주라면 상장일 이후 줄곧 보유하는 전략도 괜찮다.” 허은경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