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나다홀딩스 등 가짜 간판..최근 2~3년새 크게 증가
- 수요예측에 수백곳 가세,터무니없는 가격 적어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검은머리 외국인(외국인을 가장한 투자자)'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2~3년 새 갑자기 출현한 이들은 수요 예측에서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터무니없는 가격을 써내는 등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투자자들 때문에 IPO 기업과 주관증권사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금융당국,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 관계기관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IPO시장의 '검은머리 외국인'
9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IPO 수요예측에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을 가진 외국계 기관의 참여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업계에서는 이들을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수요예측에 외국계 기관의 참여가 크게 늘었다. A증권사 IPO 담당자는 "과거에는 IPO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외국계 기관이 50~60곳을 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2~3년 전부터는 많을 때는 200~300곳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수는 2~3년 전과 비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B증권사 IPO 담당자는 "이들이 진짜 해외 투자가가 맞는지 자체적으로 검증을 해본 결과 처음 듣는 법인들이 대부분이었다"면서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해외 기관은 가중치를 낮게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6일 상장한 인터파크 INT의 경우 수요예측에 참여한 해외 기관투자가의 수가 355곳에 달했다.
몇몇 '검은머리 외국인'들은 법인의 명칭부터 의심스럽다고 한다. 예를 들어 'GANADA HOLDINGS(가나다 홀딩스)'식으로 한글 이름을 고스란히 영문으로 바꾼 형태의 수상한 해외 기관투자가도 보인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해외 기관을 IPO 투자 경험이 풍부한 큰손이나 소규모 기관투자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본시장 교란… 규제 마련해야
이들이 해외 기관으로 둔갑한 이유는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관의 경우 자본시장통합법 등으로 '검은머리 외국인'들을 거를 수 있지만 해외 기관은 적격투자기관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특히 외국인투자등록증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 대리인을 내세우기 때문에 확인이 어렵다.
문제는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공모가격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 발전 측면에도 저해요소라는 점이다.
B증권사 IPO 담당자는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해외 기관들은 수요예측 때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대를 써내곤 한다"면서 "이로 인해 공모가 밴드가 낮아지면 그 가격대에 진짜 물량을 집어넣는 방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해외 기관이 워낙 많고 실제 가격결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 고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이들의 등장으로 장기투자 성향의 진짜 해외 투자가들이 과거에 비해 물량을 적게 받게 되고 '검은머리 외국인'들에게 넘어간 주식은 상장 직후 차익실현 물량으로 시장에 풀려버린다. 상장기업 입장에서는 장기투자 성향의 외국인들이 못 들어 오는 셈이고 주관 증권사는 우량고객에게 배정할 기회를 잃게 된다.
IPO 관계자는 "업계 자체적으로 검은머리 외국인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가 이들을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