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플랫폼 기업 카카오가 내년 기업공개(IPO)를 위한 상장 주관사로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간스탠리를 사실상 내정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SK플래닛의 티스토어(T-store) 인수를 위한 자문사로 모간스탠리를 선정한데 이어 IPO 업무도 같은 하우스 전문 인력에게 맡겨 꾸준한 신뢰를 나타내기로 했다.
카카오와 모간스탠리는 아직까지 상장 주관계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은 기업가치 개선과 평가의 일관성을 위해 모간스탠리를 신임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카카오는 최근 내년 5월로 상장을 예고했고 IPO까지 1년여의 시간을 남겨두고 있다. 카카오가 잠정하고 있는 상장 후 시가총액은 최소 3조원 이상이다. 만약 구주매출과 신주발행을 통해 30% 가량의 주식을 공모한다고 해도 규모가 1조원 이상인 초대형 딜에 해당한다.
지난해 가장 큰 IPO는 하반기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현대로템으로 공모 규모는 6224억원이었다. 현대로템의 공모 규모는 지난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종전 22개사를 합한 금액(3873억원)의 두 배에 가까웠다. 때문에 카카오의 성공적인 IPO를 위해서는 발행사와 IB 주관사단의 결집된 역량이 필요하다. 이 두 축이 함께 '에퀴티 스토리'를 만들고 투자자들에게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다.
에퀴티 스토리에는 과거 이 기업이 어떤 식으로 성장해왔고 상장 후 조달자금을 사용해 또 어떤 혁신과 발전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비중 있게 포함된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대형 공모 규모를 채우려면 그 기업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카카오는 증시 IPO를 위해 외국계 IB 한 곳과 국내 증권사 한 곳을 주관사로 선정하기로 했다. 이중 외국계 부문은 미국계 IB인 모간스탠리가 사전 정지작업을 통해 꿰찬 것이라 볼 수 있다. 모간스탠리는 최근 카카오의 티스토어 인수 자문사를 맡아 SK플래닛과 매각 자문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와 접촉해 협상을 개시했다
모간스탠리는 카카오의 티스토어 인수를 성사시키거나 자체 애플리케이션 마켓 출범을 도와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IT 기업의 경우 현재의 이익창출능력보다 향후 성장세 유지와 사업혁신, 신 성장 동력 확보가 기업가치 평가에 더 중대한 요소로 꼽힌다. 이런 성장의 맥락을 만들어 해외 투자자들이 카카오를 혁신기업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 모간스탠리의 주요 책무라고 할 수 있다.
모간스탠리는 중국의 아마존이라 할 수 있는 e커머스 전문업체 알리바바의 상장 주관사도 맡고 있다. 이 글로벌 IB는 지난해 초 알리바바의 80억 달러(약 8조5000억원) 신디케이션 자금조달을 주관해 기업규모를 키우는데 도움을 줬다. 이를 바탕으로 IPO 주관사를 맡아 올해 상반기 뉴욕증시에서 예상 시가총액 1200억 달러(약 128조원)의 IPO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는 모간스탠리를 IPO 주관사로 낙점해 알리바바 상장의 노하우를 흡수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간스탠리 측이 최근 네이버 자회사인 일본 라인 코퍼레이션 IPO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거래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과 뉴욕 증시에 상장을 원하는 라인의 예상 시가총액 규모는 20조~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간스탠리가 카카오와 계약할 경우 네이버가 모간스탠리를 IPO 주관사단에서 제외할 우려가 있다.
카카오 IPO를 위한 국내 주관사 자리 한 곳을 두고는 경쟁이 극심한 상황이다. 삼성증권이 최근 우리사주 거래를 성사시켜 낙점을 기대하고 있고 한국투자증권이 계열사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지분투자를 근거로 주관사 자리를 원하고 있다.